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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서는, 굉장히 공부를 많이 했음에도, 수학능력시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내기로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데에 망설임이 배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을, 기대보다는 걱정을 더 많이 안은 채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1학년 1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고학력자는 전례 없이 많은데도 취업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근래에, 나날이 경쟁이 격화되는 입시의 장을 막 거친 제가 그러한 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딛은 것도 무릇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리트 기출문제집을 서울대 입학식이 있기도 전에 사서 일독했습니다. 후일 무한경쟁의 시절로 회고될 것만 같은 현 시점의 기준에 비추어 보아도, 당시 저는 너무 일찍 수험준비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중략)

학업에 계속 집중함과 동시에 꾸준히 시간을 내어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시중에서 공직적격성평가(PSAT),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DEET) 등의 기출을 간추려 리트를 위한 문제집으로 만들어 파는 책들을 구매해서 주말마다, 방학마다 조금씩 학습하였습니다. 특히 본격적으로 리트를 공부하면서 추리논증의 논리게임 문제들이 어렵게 다가왔고, 평가원이 출제하던 시절의 기출문제는 정말 다시 보아도 도저히 주어진 시간 안에 완벽한 해답을 찾아 문제를 푸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주변에 똑똑하고 머리 좋은 분들께서는 별 어려움 없이, 심지어 명쾌하게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것을 목격하면서 여러 번 좌절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고, 연습에 연습을 더하여 문제풀이 역량을 키우자고 다짐했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특히 수리·논리 문제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은 관련 부분만이라도 보다 일찍 리트 공부를 시작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중략)

학창시절 문과였던 저는 특이하게도 과목 중에서 국어를, 특히 문학을 이해 잘 하지 못하여 가장 싫어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독서(비문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되었고, 그 결과 비문학 지문들은 항상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35문항이던 때에 리트 준비를 시작한 제게 기존의 언어이해 지문들은 수.능 국어 중 독서의 고난도 버전 느낌이 강했을 뿐, 집중해서 읽으면 그래도 시간 내에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3학년이 된 후, 언어이해 지문들이 날이 갈수록 소재가 난해해질 뿐 아니라 시간 내에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출제경향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30문항 체제로 바뀌면서 시간 단축에 따라 독해 부담은 급격히 증가했고, 그에 따라 표준점수도 매년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19학년도 리트 기출문제를 풀어본 결과, 언어이해의 난도는 어느덧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워졌습니다. 지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학부 수준의 전공 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화한 상태였고, 전공자가 문제를 풀더라도 제한시간 안에 다 읽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걱정하다 보니 심지어 과거에 풀었던 기출문제와 기타 문제집에서 새로 풀면, 틀렸던 것들을 그대로 틀리는 것을 넘어 틀리지 않았던 문제들까지 새롭게 틀리기도 했습니다. 자신감 하락의 악순환에 빠졌던 것입니다.

(중략)

1학기 종강 후 시험 당일까지 4주가량이 특히 긴장되는 시기였습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급습하기 일쑤였고, 이렇게 많이 노력했는데 결과가 나빠서는 안 된다는 강박적인 감정이 고개를 들며 저를 불안에 빠뜨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책상 앞에 앉아 걱정을 덜고자 다시금 기출문제를 집어 들었습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은 그것을 이룰 때가 있으니, 그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또 바라는 마음가짐을 견지하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시험날 아침에는 때늦은 장마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폭우 속에 우산을 쓰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교실 앞문 바로 옆 자리였던 저는 빗줄기의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지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칠판을 응시하면서 시험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기나긴 리트 준비의 시간들이 그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로 1교시를 시작했습니다.첫 장의 문제들을 풀면서는 “왜인지 어렵네”라는 생각이, 문제들을 절반 정도 풀었을 즈음에는 “큰일났군”이라는 생각이, 문제들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지겨울 정도로 많은 시험을 보았고, 리트만 하더라도 기출문제부터 각종 자료를 수도 없이 접했으며 이미 두 차례나 실제 시험을 치른 적이 있던 저였습니다. 분명 지문들도 크게 난해하거나 특별히 독특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선지들에서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고, 다시 지문으로 돌아가 선지를 긍정하거나 부정할 근거를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머릿속에 거대한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처럼 사고의 흐름이 자꾸 끊겼고, 시계를 수.시로 쳐다보며 억지로 고른 답들에는 전부 틀렸다고 하여도 차마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런 확신이 없었습니다. 문제를 다 풀 즈음, 10분 남았다는 종이 쳤습니다. 그저 막막한 마음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저히 제 능력으로는 그리고 제가 들였던 노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다시는 이 시험을 치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마음, 더불어 재수를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뒤섞인 채로 가빠진 호흡으로 두서없이 마킹을 완료했습니다. 답안지를 제출할 때에는 정말 머릿속이 백지 그 자체였습니다. 살면서 두 번 다시 그러한 무력함을 느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쉬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추리논증에는 딱 하나의 생각으로 - “추리논증이라도 잘 보면 로스쿨에서 정상을 참작하여 주지 않을까?”- 임했습니다. 다행히도 언어이해와는 달리 추리논증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문제들을 풀 수 있었고,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마지막 문제까지 마킹을 완료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는 정말 밥이 목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논술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돌려받고 전원을 킬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귀가하였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모님께서 직접 데리러 오셨는데도 마주치지 못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공허한 마음으로, 그렇지만 여전히 간절한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며, 법전협 홈페이지에서 답지를 보며 가채점을 진행했습니다.채점을 완료하고 손이 그렇게 떨린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언어이해가 기대를 상상 이상으로 초월하여 1개만을 틀린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죠. 형언하기 어려운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추리논증은 그래도 잘 보았다고 생각하던 차였기에 하나 틀린 것을 발견하고,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약간의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후 성적이 확정되고 알게 되었는데, 언어이해에서 홀로 최고점을 얻고 추리논증에서 비록 정확한 동점자 수는 모르지만 2등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표준점수의 합 기준으로 170.4라는 점수를 받을 날이 제게 오리라고 기대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생활 전반이 여러모로 치열했다고 느낍니다. 소위 말하는 캠퍼스의 낭만은 제게 있어서 학창시절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시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학업에 열중하고, 동아리와 학회 활동을 병행하며, 기타 다양한 교외활동까지 수행하면서 오직 진로를 위해 달려온 시간들로 점철된 4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앞으로도 제게는 로스쿨 수학, 법무관, 그리고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온 꿈인 법관에의 임용과 같은 수많은 과정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리트에서 고득점을 함으로써 이러한 일련의 도전에 다시금 박차를 가하고, 조금 더 선명한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이번 고득점 또한 항상 뒷바라지해 주시는 부모님의 헌신과 가족의 응원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학업과 진로에 매진하고자 합니다.리트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고하는 농부가 먼저 곡식을 얻는 것처럼, 이 순간에도 공부하고 계실 모든 수험생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댓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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