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택에 변시합격률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변시합격률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척도라는 말은 안한다.
다만 학교 선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1. 어차피 공부는 인강으로 한다?
맞는 말이다. 교수저로만 공부하는 시대는 한참 전에 끝났고 전부다 유명 인강강사 교재랑 수업으로 변시대비함.
로스쿨생들이 인강으로 공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교수들은 없어.
근데 어느 학교든 내신공부를 놔버리면 하등 좋을게 없어서 어느정도의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해야되고 (세상 어디에도 "나는 1-1부터 내신공부 다 버려야지!"하는 사람 없을거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최소한의 공부는 함)
그 문제들은 교수가 낸다.
근데 합격률 낮은 학교들의 교수들은 변시적합성 없는 문제를 내는 경우가 많아.
변시에 쓸모도 없는 이상하고 좆같은 학설 외우는 중간고사를 치거나
추상적이고 변시 트렌드에 맞지도 않는 암기해서 그대로 때려박는 약술형 (ex: 태아의 권리능력을 서술하시오.) 을 내는 경우.
죽어라 외워서 시험때 그거만 쓰느라 변시에 필요한 공부할 시간은 그만큼 모자라게 된다.
(+ 그런 시험문제 내는 학교일수록 공부 오래한 법학사들이 짱먹고, 비법학사는 학살당함)
어떤 학교 형법교수는 판례를 하나도 안다루고 자신이 밀고있는 학설만 주구장창 한학기 내내 수업하고 그걸 시험에 낸다.
어떤 학교 민법교수는 1학년들에게 "여러분 교과서에 있는 판례는 다 알지 않습니까?" 하면서 교과서에 없는 판례(=자기가 개인적으로 갖고다니는 판례집에서 추출)를 문제로 내서 그 교수의 성적을 받으려면 교과서를 안보고 그 판례집을 줏어봐야한다.
이런게 누적되면 결국 제대로된 공부를 할 시간을 뺏기고
첫단추가 잘못 꿰이면 제대로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돌아오는데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그 차이가 나는거라고 본다.
물론 합격률 좋은 로스쿨에서도 기피대상인 교수들은 있다.
근데 나쁜 로스쿨에 그런 기피대상인 교수가 더 많고, 좋은 교수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변시적합성 있는 수업과 시험문제를 다루는 교수)의 수업을 듣기 위해 클릭전쟁을 해봐야도 학생의 절반은 그 교수의 수업을 놓치게 된다.
그게 3년 내내 쌓이면 절대 적지 않다고 본다.
2. 공부는 혼자서 하는건데 공부분위기 이런거 안중요하지 않나?
맞다. 공부는 혼자서 하는게 맞다.
근데 은근히 사람들이 멘탈부분을 간과하더라.
만일 '나는 순공부시간 xx시간을 무조건 채울 수 있고, 누가 보든 안보든 내 할당량을 채우는게 가능하며, 3년간 어느 누구로부터도 흔들리지 않고 그냥 공부에만 집중하면서도, 정보가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는 케이스면, 걔는 어느 로스쿨을 가도 검클빅 가능하다고 본다.
각종 시험의 최연소합격자, 수석합격자로 신문에 뜨는 사람들이 이런 케이스들임.
이 극소수의 사람들은 학교에서 공부 안하고 집에서 공부해서도 합격해. 평범한 로스쿨생은 '아 집에서 공부 안돼~' 이래도 이 사람들은 강인한 의지랑 무서운 성실성으로 다 해내는 사람들이거든.
난 그런 사람들이 상위 5%이내 엘리트고 그런 사람들은 그냥 공부가 천성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95%.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짜 주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집에서 공부 안되니까 학교가서 공부한다. 학교에서도 스터디를 하는게 공부하는게 좀 더 집중이 된다.
공부 안되면 스트레스도 받고, 스트레스 받아서 공부안하는 악순환도 만들고, 괜히 여학우한테 찝적대다가 차여보고,
첫 중간고사 성적 받고 기분나빠해보고, 나보다 낮은 학부 나온놈인데 수업 1등한거 보고 존나 부러워도 해보고, 주말되면 늦잠도 좀 자야만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갈대같은 멘탈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 갈대같은 멘탈의 본성을 얼마나 억누르냐는 개인차가 있고 (위에 말한 상위 5%내 사람들은 이미 갈대가 아니라 강철)
그게 합불여부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근데 냉정하게 말해서 합격률이 나쁜 로스쿨은 멘탈케어에 악영향을 주고있다고 해석을 해야한다.
본격적으로 가장 많은 학습량을 쏟아내고 합격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로3임
반수니 휴학이니 하면서 떨어져나간 동기들이 10~20%고 나머지 사람들만 모여서 1년간 레이스를 하는거고
(정확히는 6모 끝나고부터 오로지 변시올인하는 시기)
다들 최소 2년간 학교 다니면서 멘탈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마지막 불꽃을 강제로 태워야하게 되기때문에
되게 작은걸로도 업 다운이 쉽게 되는 시기임.
근데 쓸데없이 '아 우리학교는 너희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개강과 동시에 변시과목 학력평가를 실시할게~' 하면서 애들을 모아댄다?
'우리학교는 변시 집중을 위해서 특강을 만들었는데 이 특강 참석여부도 졸업사정에 반영할꺼야~' 이런다?
변시 합격률 안나오는 학교들은 졸시로 거르는게 여러 악순환으로 인해서, 학생들이 저딴 인성질에 민감히 반응할 수밖에 없음.
그래서 자기 공부할거 못하고 저딴 행사 끌려가야되는거다. 안치면 졸업에 불이익 있을까봐.
(사실 이 쪽은 교수진들이 진짜 생각이 없는거지. 많이 갈궈야 많이 합격할줄 아는, 아주 잘못된 생각을 갖고있음.)
덤으로 6모 8모 성적표가 나오면 그때부터는 자기가 슬슬 쫄리기 시작한다.
6모 8모 10모는 각 고3들의 3월 모의고사, 6평(=6월 평가원 모의고사), 9평에 해당함. 어느정도 자기 수준이 적나라하게 나오는거지.
아쉽지만 채점의 한계로 인해 전국등수 전국석차는 안나와. 그럼 결국 비교대상은 교내 등수가 가장 직접적이겠지.
근데 A로스쿨은 100명 중 40명이 초시합이고 B로스쿨은 100명 중 80명이 초시합해오던 학교라 치자.
후자는 "아 이대로 공부하면 붙겠네. 계속 열심히 하자." 라는 사람 숫자가 전자의 2배에 달한다.
그럼 그건 분위기로 직결된다.
"아 지금은 100명 중 100등이지만 변시에서는 100명 중 40등 안에 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지!"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좋은 결과를 받은 사람이
똑같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나쁜 결과를 받은 사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게되는건 당연한거다.
이건 어떻게 분위기로 나타나느냐?
자기의 스트레스를 혼자서 해소하는 사람만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이 시점에서 망무새가 된 또라이가 생긴다.
"어차피 변시 4년안에 붙어도 평균이상이야~"
"지금 한다고 뭐 달라지겠어?"
"졸시 떨어질테니 10모 끝나고 휴학할건데 뭐..."
하면서 변시를 내후년으로 미루는듯한 엄살을 부리는 '척' 하는 애들도 있고
진짜로 아무말없이 휴학하는 애들도 있다.
변시준비생의 장기레이스에서 스스로 부진정로스쿨생으로 격하되는 것도 보고, 타의에 의해(=졸시마사지) 1년 꿇는 것도 실시간으로 보게 됨.
여기서 제대로 공부하는 애들은 그런거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근데 제대로 공부 못하는 애들은 걔네들을 존나 따라가고싶어.
머리로는 열심히 하는게 맞는거같은데 가슴이 그걸 못받아들여.
그럼 어마어마한 멘탈소모가 생기고 어느새 자기도 부진정로스쿨생이 되기도 한다.
합격률 낮은 학교가 높은 학교보다 이런 또라이가 생기기 쉽다.
특히 망무새들 중 일부는 자기 말고도 몇명을 같이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물귀신작전도 쓰고말이지.
로스쿨 특유의 로시오패스 기질이 더해진다면 더더욱 그렇고.
아쉽게도 우리는 멘탈을 단련하기 위해서 로스쿨에 가는게 아니고
내 멘탈을 최대한 부여잡고 버티려고 로스쿨에 온 이상
결국 수험생인 나는 멘탈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일 확률이 95%는 된다는거고
각 로스쿨의 합격률은 그 학교의 역량 중 '멘탈케어' 부분이 아주 잘 드러난다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
3. 결론
따라서 변시합격률은 학교 선택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변시합격률이 전부는 아니다.)
공부는 혼자하는게 맞는데
멘탈관리는 절대 혼자서 하는게 아니니까.